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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고에 넣은 바나나

5월 5, 2010

그동안 나는 너무도 ‘냉동’에 대해 맹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주말에 지방에 있는 집에 다녀오기 전.
문득 나는 익을대로 익은 바나나가 걱정되었다.
바쁜 아침이면 주린 내 배를 채워주던 바나나.

주말에 집에 다녀오면 바나나는 썩어있겠지.

냉동고를 생각했다.
갓 지은 밥을 밀폐용기에 담아두고 하나씩 상온에서 녹이고
전자렌지에 조리해서 먹으면 갓 지은 밥의 맛이 살아난다.
때문에 나는 같은 생각으로 잘 익은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잘라서 냉동고에 잘 넣어두라는 엄마의 말을 떠올렸으나 귀찮아서 그냥 ‘통째로’ 냉동고에 바나나를 넣어두었다.

일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바나나를 잘 꺼내두었다.
다음 날이면 잘익은 바나나를 먹을 수 있겠지.

다음 날 아침. 나는 질겁했다.
노란 바나나의 형태는 어디가고 거무죽죽한 바나나 비슷한 것이 남아있었다.

헉.허거거거거거걱. 어떻게 이럴수가.
바나나는 거의 짓무른 상태였다. 썩은 것 같기도 했다.
냉동은 모든 상태를 보존해준다고 믿었는데.
상온에서 천천히 해동시킨 것이 문제였을까.
유전자 변형이라도 일으킨 것일까.

만약 이 것이 냉동인간이었다면. 냉동된 인간을 상온에서 천천히 해동시켰다면. 냉동시킨 의미가 없지 않은가.
냉동 전 상태와 동일한 상태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검은 바나나는 일순간 내게 공포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절대 바나나를 통째로 냉동고에 넣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어설프게 하는 것이 더욱 위험하다.

5월 5, 2010

인생을 대충 산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인 것 같다. 일을 대충 잘 하고자 하는 생각도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어설프게 하는 것은 항상 리스크가 큰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중간, 중’은 ‘하’보다도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한다. 무엇인가를 잘한다는 의미의 ‘상’보다도 어설픈 중간의 리스크가 크다.

우리네 인생에서는 항상 리스크가 존재한다.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핵폭탄.
그 것은 행동했으나 어설프게 행동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잘한다고 해도 위험은 존재하지만,
어설프게 행동했을 때의 위험의 크기나 질이 달라진다.

최근 연기력 논란을 빚고 있는 한 연기자의 사례에서도 그렇다.
어설펐기 때문에 네티즌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 사회는 “처음이다” “노력하면 나아질 것이다”라는 생각에는 미처 이르지 못했다. 적당히 노력해서 해보자고 하면, 바로 수많은 질타가 쏟아진다. 질타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자기성취의 최상위의 욕구는 칭찬으로 채워질 수 있다.
한 인간의 입장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인생은 대충 살 수 없는 것이다.

어설프게 시작한 내 블로그도 상당한 리스크의 요인인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블로그였는데, 이제는 책임감과 의무감이 따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