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에 넣은 바나나

그동안 나는 너무도 ‘냉동’에 대해 맹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주말에 지방에 있는 집에 다녀오기 전.
문득 나는 익을대로 익은 바나나가 걱정되었다.
바쁜 아침이면 주린 내 배를 채워주던 바나나.

주말에 집에 다녀오면 바나나는 썩어있겠지.

냉동고를 생각했다.
갓 지은 밥을 밀폐용기에 담아두고 하나씩 상온에서 녹이고
전자렌지에 조리해서 먹으면 갓 지은 밥의 맛이 살아난다.
때문에 나는 같은 생각으로 잘 익은 바나나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잘라서 냉동고에 잘 넣어두라는 엄마의 말을 떠올렸으나 귀찮아서 그냥 ‘통째로’ 냉동고에 바나나를 넣어두었다.

일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바나나를 잘 꺼내두었다.
다음 날이면 잘익은 바나나를 먹을 수 있겠지.

다음 날 아침. 나는 질겁했다.
노란 바나나의 형태는 어디가고 거무죽죽한 바나나 비슷한 것이 남아있었다.

헉.허거거거거거걱. 어떻게 이럴수가.
바나나는 거의 짓무른 상태였다. 썩은 것 같기도 했다.
냉동은 모든 상태를 보존해준다고 믿었는데.
상온에서 천천히 해동시킨 것이 문제였을까.
유전자 변형이라도 일으킨 것일까.

만약 이 것이 냉동인간이었다면. 냉동된 인간을 상온에서 천천히 해동시켰다면. 냉동시킨 의미가 없지 않은가.
냉동 전 상태와 동일한 상태로 남아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검은 바나나는 일순간 내게 공포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절대 바나나를 통째로 냉동고에 넣는 실수를 범하지 말라.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