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8월, 2010

내일이면 ‘수습’을 뗀다.

8월 10, 2010

벌써 6개월이 지났나보다. 내일이면 ‘수습’을 떼게 된다.
병아리에서 닭이 되는 것이다. 아는 선배는 삼계탕이 될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나는 대답했다. 나를 끓여먹으셔도 좋다!
나는 행복하다.

내가 항상 염두해둔 요건이 하나씩 충족되고 있다.

다음은 취업하기 전, 변교수님의 수업시간에 배웠던 내용이다.
조직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지난 몇 달간은 기본적 필요인, 내가 직장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이제는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잘하고 싶다.

나는 Nego업무가 좋다. nego는 마치 틀린 그림찾기나 퍼즐맞추기 게임 같다. 두 가지 모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조각조각을 맞추어 나가다보면 어느새 큰 그림이 그려진다. 틀린 그림을 찾아, 똑같은 그림을 그려준다.

위에서 언금한 조직몰입도를 측정하기 위한 요건이 거의다 충족되었다. 나의 조직 몰입도는 이상무. 그러나 내가 조직에 생산성을 가져다줄 상위 10%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어쨌든 나는 ‘수습’을 떼었다. ‘수습행원’이 아닌 ‘행원’ 김계장이다 ^ ^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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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장수 아저씨

8월 10, 2010

태풍이 왔다. 오전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마른 걸레 쥐어 짜듯, ‘후두둑’ 비가 왔다. 오후서부터는 개이는가 싶더니, 저녁즈음 다시 비가 또로롱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급히 지점을 나서서 우산 챙기는 것을 깜빡하였다. 빗방울이 거세질 것 같았고, 마침 우산도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주어버렸기 때문에 하나 장만하기로 마음먹었다.

가까운 역에 백발이 성성한 아저씨가 우산을 연신 돌리며 우산 홍보에 여념이 없으셨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보였다. 그래서 당장 지갑을 열었다.

파랑색 물방울 무늬의 우산을 구입했다. 아저씨는 친절하게도 직접 우산을 내 눈앞에서 확인해 보이시면서 우산을 오래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방법: 우산을 아래로 떨어뜨려 살짝 흔들고, 천천히~ 우산을 핀다.

나는 실로 아저씨의 모습에 감동하였다. 3,000원짜리 우산이지만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이다. 사용법을 아주 멋들어지게 설명하셨다. 오랜 설명이었지만, 직업관이 확실하다 여기며 감탄하였다.

역의 계단을 내려왔다. 빗방울이 제법 굵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우산을 폈다. 세~네 발자국 즈음.
뭔가가 이상했다. 뭐지?


-집에 와서 찍은 찢어진 우산

우산은 찢어져 있었다. 그래서 바로 올라가서 아저씨께 말씀드렸다. 아저씨는 우산을 한참 동안이나 보시더니, 아까와는 다른 얼굴을 하고선.

“아까 멀쩡한 우산인 것, 확인하고 사가셨잖아요. 이 건 사가신 분이 잘못하셔서 망가진 거예요. 사가신 분 잘못이시니,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랬다. 아저씨는 처음부터 알고 있으셨던 것이다. 우산이 약하다는 것을 아셨기에 애초에 이러한 불만접수를 미리 원천봉쇄하시기 위해 친절하게 사용법을 가르쳐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시뮬레이션을 보여주셨다. 정말 조심조심 우산을 천~천히 펴보이셨다.

나 같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차라리 처음부터 우산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조심을 해야 한다고 하셨으면, 내게 다른 우산을 선택할 여지는 있었을 텐데. 무조건 나의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아저씨가 당황스러웠다.

고객은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고객의 잘못으로 몰아붙이기 전, 또 다른 상황이 전개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하여야겠다.

나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고객의 잘못으로 여기지 않겠다.

우산 장수 아저씨에게서 CS를 배우다.


+ 찢어진 우산도 나름 쓸데가 있겠지… ~_~ 생각을 좀더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