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3월, 2014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라는 명령

3월 8, 2014

1.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며 열심히 벤처기업을 양산해내던 사회가 이제는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라”고 한다. 최근 경영진은 또다른 열정 슬로건을 찾은 듯 하다.
2. 몇 년전 읽었던 책이 다시 생각났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라는 책이다. 열정으로 대두되는 노동의 미학화에 관해 역설하고 있다.
3. 어느덧 열정은 제도화되었고 이른바 유사도덕으로까지의 성공을 거두었단다. 자기계발은 나 자신이 노동자임을 잊게 하는 블라인드이면서, 능동적인 노동을 부추기는 교묘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국가와 기업이 아닌 개인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자기계발)는 발상은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전가시키는 훌륭한 전략이라고 한다.
4. 내가 좋아하서 하는 일은 노동이 아니니, 내가 더 감내해야 하는 것이 맞단다. 그러므로 어느덧 노동자는 야근과 주말출근의 동반자여, 친구가 된다.
5.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노동자들이 똑똑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 유인경’와 같이 근래 출판되는 책을 보면, 열정만이 답이 아니라 인생을 살라고 이야기한다.
6. 열정은 개인의 삶을 희생하라 강요하지만, 내 딸에게는 야근이나 사표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준다.
7. 시간이 지나, 노동자가 될 우리의 딸과 아들에게 열정보다는 인생을 선물해주고 싶은 작은 소망이 생겼다.

* 문득 주말에 자기계발하다가 든 생각

커피 타는 너. 너에게는 그 분들이 없구나.

3월 7, 2014

정신 없이 바빴던 금요일 오후. 새로운 DB정책과 더불어 변경한 프로그램에서는 에러가 나고… 주간업무보고서 작성으로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던 중이었다. 나도 모르게 돌린 시선에서 조그마한 쟁반에서 커피를 나르는 고운 손길을 보았다. 그래 너.
마치 드라마의 한장면처럼, 나는 과거를 회상했다.
2010년, 갓 입행해 지점에 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협력업체 사장님이나 임직원에게 “차 한잔 드릴까요?”였다.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차를 타곤 했는데, 나중에 사장님께 들은 얘기로는 커피를 못 먹는데도 내가 열심히 타온 거라 안 먹을 수도 없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자 할 수 있는 업무가 많아졌다. 자연히 내가 타는 커피의 수도 줄어들었는데 가끔 고객들이 와서 커피를 찾는 때가 있었다.
막역한 사이의 고객 이하 사장님이 오셔서 이제는 차도 안주네라며 푸념하시면, 팀장님께서는 “쟤 커피 타러 들어온 애 아니야, 몇 백대 1을 뚫고 온 인재야! 커피는 내가 더 맛있게 타지! 자, 기다려봐!!” 라며 손수 커피를 타서 대접하시고는 했다. 지점장님께서는 하나밖에 없는 여직원을 생각하셔서 커피 대신 음료수를 구비하여 대접하셨다. 부득이하게 커피를 찾는 사장님이 오시면, 커피잔 내려놓기 무섭게 “김 계장, 고마워~”라며 눈 맞춰주시곤 했다. 그리고 나중에 오신 여자 과장님은 과거에는 수도 없이 타셨을텐데 대신 타주시거나 함께 치워주시곤 하셨고, 꼭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으셨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더욱 생각난다. 이 좋은 분들을 뒤로 하고, 내 꿈 찾아 떠났지만… 그 분들은 축복해주시고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셨던 분들.
지금은 퇴직하신 정강균 지점장님. 이제 지점장님 되시는 류승희 부지점장님. 조은숙 차장님.
믹스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보면서 난 날마다 그 분들을 생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