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을 기약할 줄 알아야 한다.

미금역으로 와준 님으로 인해 한껏 고양된 기분으로 막걸이와 파전을 먹으러 가게에 들어섰다. 막 한모금 삼켰는데, 파인애플을 든 젊은 청년이 다가왔다. 돈은 안 받을테니 한 번만 맛보라고 하였다. 맛만 보라며.

맛만 보고 사지 않으면, 괜시리 판매자는 서운한 마음을, 소비자는 미안한 마음이 들테니 정중히 거절하며 괜찮다고 했다. (마트 시식코너도 마찬가지이다. 괜히 맛본 것이 미안해져서 구매하는 경우가 있어 아예 시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인애플 장수는 완강했다. 자리를 뜨지 않고 우리 테이블에 계속하여 머무르고 있었다. 이야기 나눌 시간도 부족하였던 터, 그리고 기분이 좋은 상태.
“진짜 맛만 보면 되죠?” 이러면서 냉큼 한 입 베어 물었다. 그 분도 나도 기분이 상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나 그 분은 곧 파인애플이 얼마인지 물어봐달라고 한다. 역시 맛만 보라는 그 말은 판매단계에서의 1단계였던 모양이다. 파인애플 장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 있었다. 파인애플이 얼마인지만 물어봐 달라고 했다. 슬슬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구매의사가 없는 고객에게 점점 감정호소를 하기 시작했다. 개시도 못 했다며, 오천원이니 하나 사달라고 한다.
다음에 사겠다고 하였다. 나는 정말 다음에 살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파인애플 장수는 “다음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그날의 매출이 중요하겠지만, 뜨내기 고객이 대상이 아니라면 다음을 기약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고객이 완강하다면 다음을 기약할 줄 알아야 한다.
구매 의사가 없는 고객에게 감정적 호소로 이뤄낸 판매에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바로 그 자리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지 말자. 다음을 기약할 줄 아는, 기다림의 미학을 가진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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