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 쥘 르나르
(산울림소극장, 연출 : 민새롬)
고전소설을 세련미 넘치는 현대적 표현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과연 복잡미묘한 이 작품을 어떻게 연출하였을지가 궁금했다.
(뻔한 연극들은 연기자가 홍당무 분장을 하고 나온다.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 포커스를 맞춘다. 중심 주제는 가족애라고 한다.)
연출가 ‘민새롬’은 진짜 주인공이 누구인지 헷갈리게 하는 원작의 묘미를 잘 살렸으며, 이 소설의 특징인 삽화조차 놓치지 않았다. 좁은 무대 공간을 활용하게 한 빔스크린이 지극히 현대적이지만 고전적이다. 참신하고 기발했다.
2인극으로 설정한 것도 극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으며, 쥘 르나르의 따뜻한 해학을 잊지도 않았다. 눈 오는 겨울밤의 완벽한 연극이었다.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극으로 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포커스는 가족이 아니다. 그 뒤틀려진 가족 속의 ‘나’였던 것이다. 그의 외침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왜 나에게 그러지 않았어요?”